Q. 여랑야랑 시작합니다. 이재명 기자, 시작할까요?
'적폐 총량의 법칙' 이렇게 제목을 달았습니다.
이 말은 진중권 전 교수가 한 얘기인데요,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적폐 총량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법칙입니다.
Q. 적폐 청산을 내세웠던 현 정부도 적폐다, 이렇게 비판한거네요.
그렇죠. 지난 정부의 적폐가 사라진 자리에 현 정부의 적폐가 자리 잡았다, 이런 얘기입니다.
특히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검찰을 힘으로 제압하는 방식이 아주 비슷하죠.
이은재 / 자유한국당 의원
그래도 박근혜 정권은 혼외자라거나 보고 의무 위반이라는 꼬투리라도 잡고 내쫓고 좌천을 시켰지만
지금 문재인 정권은 아니꼬우면 나가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걸 보면 정말 후안무치도 이런 후안무치가…
Q. 박근혜 정권은 꼬투리라도 잡아서 좌천시켰다는 건 누구를 말하는 건가요?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 국정원 댓글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도 검찰이 전방위 수사에 나서자 정권이 움직입니다. 지금처럼 검찰총장을 정조준한 겁니다.
채동욱 / 당시 검찰총장 (2013년 9월 30일, 퇴임식)
정의는 반드시 이기는 날이 있습니다.
Q. 지금 윤석열 총장의 처지가 박근혜 정부가 쫓아낸 채동욱 검찰총장과 비슷하다, 이런 이야기네요.
맞습니다. 그런데 다른 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지난 정권 때는 검찰총장을 먼저 쳤습니다. 그러자 검찰이 집단 반발합니다.
심지어 당시 대검 감찰과장은 용기 없는 못난 장관에게 내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 차라리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긍지로 살아가는 게 낫다, 이런 말까지 남기며 사표를 썼습니다.
당시 예상을 뛰어넘는 검찰의 집단 움직임에 청와대와 여당은 당황했습니다.
Q. 당시 호위무사라는 단어가 한창 유행어처럼 퍼졌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검찰들의 집단 반발은 아직 보이진 않아요.
이번에는 달랐던 거죠.
윤석열 검찰총장의 참모들을 먼저 잘라낸 뒤 그 다음에 윤 총장을 겨냥했습니다. 윤 총장을 고립무원 상태로 만들어 밀어내기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추미애 / 법무부 장관 (어제)
"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입니다."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검찰의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 아닌 것"
이인영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검찰은 항명할 것이 아니라 순명해야"
홍익표 /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어제)
"본분을 망각한 채 사실상 항명을 한 것"
어제, 오늘 여권은 윤석열 밀어내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 7년 전 채동욱 총장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홍익표 / 당시 민주당 의원 (2013년 10월 4일)
채동욱 총장에 대해서 그런 혼외자 문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다보니까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게 공포정치 아니냐,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면 모르던 자식도 생겨나겠구나, 이런 얘기를 농담 삼아 합니다, 시중에.
Q. 채동욱 전 총장은 장관이 감찰에 나서자 사표를 냈잖아요. 윤석열 총장은 감찰을 받는 상황이 되면 버틸 수 있을까요?
일단은 버티겠지만 실제 상황은 지켜봐야 겠죠. 다만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하나 있습니다. 현재 상황을 모두 예측해놓은 조국 전 장관의 트위터입니다.
먼저 윤석열 찍어내기의 의미를 해설해주고 있습니다. 수사를 제대로 하면 청와대가 어떻게든 잘라낸다는 거죠.
이어 현재 여권이 몰아붙이고 있는 항명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해주고 있습니다. 상관의 불법부당행위에 따르지 않는 건 항명이 아니라 공직자의 의무라는 겁니다.
그럼 윤 총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더럽고 치사해도 버틸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참. 워낙 초유의 일이라 어떻게 수습될지 무척 궁금하네요. 이번 항명 파동은 어떻게 끝날까요?
사실 항명 파동, 지난 정부에서도 종종 있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2015년 1월 국회 운영위에서 김영한 당시 민정수석의 출석을 요구합니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도 출석을 약속했는데, 김영한 민정수석이 끝내 이를 거부합니다.
초유의 항명 사태에 당시 문재인 의원은 긴급성명을 냈습니다. 대통령의 사과와 비서실장의 사퇴를 요구한 겁니다.
실제 김기춘 비서실장은 항명 사태에 책임을 지고 한 달 뒤 물러납니다. 항명 사태가 나면 늘 상관이 공동 책임을 지기 마련이죠.
오늘의 한마디는 '국가기강 붕괴 책임은 누가 지나' 이렇게 정했습니다.
네, 다음 한 주도 이 이슈는 계속 이어질 것 같네요. 지금까지 여랑야랑이었습니다.